
1994년 7월 22일에 PC-9801용으로 발매된 멀티사이드 어드벤쳐 게임의 원조격인 작품으로 1997년 9월 11일에 새턴으로 이식되었으며 1998년 6월 5일에는 Windows용으로 완전판이 발매되었습니다. 이걸로 끝이려니 생각했는데 2004년 9월 30일 완전판을 베이스로 한 PS2 버전이 나왔더군요. 이 중 주인장이 제대로 엔딩을 본 것은 새턴판과 Windows용 완전판이고 여기서는 완전판에 대한 감상을 적어 보겠습니다. (칸노 히로유키가 관여한 것은 PC-9801판이 유일하고 나머지 이식판에는 스텝롤에 이름도 들어가있지 않다고 하네요.) 완전판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는 원작의 18禁 요소를 모두 살렸고 새턴판의 리뉴얼된 그래픽과 동영상을 채용했으며 원작이나 새턴판과는 달리 티나와의 해피엔딩이 추가되었기 때문입니다. 달라진 엔딩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원작자가 의도한 엔딩의 여운이 사라져 나름 아쉽더군요.
스토리를 잠깐 정리해 볼까요? 게임은 신문 기자 알버트가 그란체스터 재단의 연구 시설이 있는 외딴 섬 데자이아를 취재차 방문하면서 시작됩니다. 알버트의 연인 마코토는 데자이아의 연구원이었고 둘은 그 곳에서 만날 예정이었죠. 섬에 도착한 알버트는 해변가에서 티나라는 소녀를 발견하게 되는 데 티나는 생면부지의 알버트를 한 눈에 알아봅니다. 이상히 여긴 알버트가 티나를 숙소로 데려오면서부터 두 사람 사이가 꼬이기 시작하고 주변에는 이상한 사건들이 자꾸 발생합니다. 그리고는 양파 껍질 벗겨지듯 연구 시설과 티나의 비밀이 하나하나 밝혀지면서 드라마틱하게 결말을 향해 나아가지요. 칸노 히로유키의 출세작답게 타임패러독스를 소재로 한 스토리는 상당히 좋지만 전체적인 게임 구성은 EVE Burst Error나 유노보다는 떨어집니다.
게임은 하나의 사건을 알버트의 시점으로 진행하고 다시 마코토의 시점으로 진행합니다. 같은 사건을 알버트 시점에서 한 번, 마코토 시점에서 다시 한 번 진행하기 때문에 색다른 느낌을 주며 왜 이야기가 이렇게 진행되는지를 각각의 시나리오가 보완해 주긴 하는데 알버트 시나리오 비중이 너무 커 마코토 시나리오가 상대적으로 엉성한 느낌을 줍니다. (엄한 H씬이 자주 나와 더 그런지 모르겠네요.) PC98용은 알버트와 마코토의 시나리오를 마음대로 바꾸어가며 플레이할 수 있다고 들었는데 새턴판과 완전판은 하나의 시나리오를 완전히 클리어해야 다음 시나리오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두 시나리오를 모두 클리어하면 사건의 열쇠를 쥔 또 하나의 인물 마르티나 시점에서 엔딩까지 죽 진행됩니다. 새턴판까지는 알버트와 티나가 만남과 이별을 반복하는 언해피(?) 엔딩이지만 완전판에서는 알버트와 티나가 맺어진 것을 암시하는 엔딩 동영상이 추가되어 어긋난 시간의 흐름에 종지부를 찍더군요. (왜 이렇게 적었는지는 플레이해 보시면 압니다.) 추가된 엔딩은 취향에 따라 선호도가 갈리겠지만 원작자의 의도와는 다르게 처리된 것 같아 개인적으론 비추입니다.
원작 그래픽을 담당한 야사마타 시야미(やさまたしやみ)의 그림체를 좋아하지 않는지라 리뉴얼된 게임 그래픽이 반갑더군요. 제작사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동영상 포맷, 루시드 모션을 사용한 오프닝과 중간 동영상들도 좋았습니다. (엄청난 압축률에 비해 깔끔한 화질을 자랑하는 포맷이었는데 프레임이나 해상도, 표현 색상 등 제약이 많아 널리 쓰이지는 못했다고 하네요.) 음악은 게임 분위기에 맞지만 기억나는 곡이 별로 없는 평이한 수준. 풀 음성 지원이며 성우들 연기는 양호합니다. (음성은 약간 탁한 느낌이 들게 샘플링되어 있는데 PS2판에서는 개선되었는지 모르겠네요.) 게임 오버가 없는 일방 진행형 어드벤쳐라 그런지 시스템은 무지 간단합니다. 옵션 메뉴도 달랑 3개가 전부더군요. 클리어 후 이벤트 리플레이 모드가 없다는 게 아쉽더군요. (다시 보고 싶은 이벤트가 많았는데 메시지 스킵이 되지 않아 리플레이 모드가 절실했는데...ㅡㅡ;)
결론은 추천입니다. 스토리 좋아하시는 어드벤처 게이머라면 꼭 플레이해 보세요. "이 유구의 나선에서 나를 구해줄 사람은 누구..."라는 티나의 조용한 멘트가 잘 어울리는 멋진 게임입니다.



덧글
왜냐하면. 그래픽 사운드 구성력 다제쳐두고. 텍스트 어드벤쳐의 근본이자 중심인.
스토리가 '싫기'때문입니다.
왜 안좋은것도 아니라 싫으냐?
이작품의 스토리는 딴게아니라 따지고들면 들수록 더러운 기분만 남기때문이죠.
일단 인물들의 당위성이 절대적으로 부족합니다. 영원히 젊어지고싶다 같은걸 위시해서 몇몇 인물들은 정직한 욕망을 위해서 움직이지만. 그외에 기타주변인물들은 도데체 뭣때문에 여기있는지 도저히 이해를 못할수준의 행동을 자행하고. 그행동들이 스토리상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하기때문에. 도데체 납득하기 어려운 전개들이 판을 칩니다.
예를들면. 애인 만나러 온건데 여자가 유혹한다고 얼씨구나 하고 죄다 잡숴버리는(...한둘이 아닙니다) 주인공 놈이라던가. 얼마전까지 협박당하던 상대가 '난진심이라고!!'하면서 테이프를 부숴버리자 사랑이 싹튼다던가(...애인도 와있는데) .....당신 히로유키씨 아니지? 이거 누가쓴거야. 라는 물음이 절로 나오는...
전체적으로 주제와 그에대한 상황은 좋았으나 그 원인이 되는 ....씨의 행동은. 이해가 안갈 뿐더러 억지스럽기 까지 합니다.
결국 캐릭터의 행동을 제어하지 못함으로써 시나리오자체를 파탄내버렸으니. 이게임 장르가 어드벤쳐라는걸 감안할때 상당히 낮은점수를줘도 할말없으리라 봅니다.
새턴판때 독자적인 포멧으로 오프닝을 재생했다해서 화제가 되기도했으나 오프닝 자체가 야리꾸리해서(영상의 내용도 그래픽도...별로)묻혔다는걸 생각해보면.
이 오프닝사건이 이작품 자체의 이미지를 결정하는것이었을지도 모릅니다.
한마디로말해서 재료도 좋고 그래픽도 좋은데. 다듬다가 말고 내놓은 느낌이라는 겁니다. 좀 무리를해서 에피소드같은게 더있었다면... 이라는식으로
굉장히 아쉬운 작품.
장면들이 잘도 들어갔겠지만 스토리 완성도를 깎아먹는 것 같아 좋진 않더군요.
高原万葉// 링크 감사합니다. 저도 링크 걸었습니다~
웹검색을 하다가 찾아오게 되었어요.
저는 PC98용만 해봤는데 남녀 주인공 모두 바람피우는 모양은 좀 그랬고, 완전판의 캐릭터가 더 좋아 보이더군요.
그리고, 칸노 히로유키가 처음에 프로그래머였는 줄은 몰랐네요.
그런데, 칸노 히로유키에 대해 소개하신 부분에 언급된 게임 이름 중에 쾌락학원(快樂の學園)이 있는데, 열락의 학원(悅樂の學園)이 정확한 명칭입니다.
예전에 한자만 대충 보고 '쾌락의 학원'이라고 해석했었는데, 아는 분께서 지적해서 옥편을 찾아 제대로 확인해보니 '열락의 학원'이더군요.
수정했습니다~ 그리고 주인장도 리뷰 자료 조사하다가 칸노 감독이 처음에 프로그래머였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습니다. 근데 평가를 보니 프로그램 실력은 별로였나 봅니다. :)
정말 오랬만이네요. 언제 한 번 밖에서 만나요. 얼굴 까먹겠습니다.
그래도 완전판의 추가엔딩은 좋았습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