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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노(YU-NO) by moastone

가장 감명깊게 한 어드벤쳐 게임 중 하나를 소개할까 합니다. 97년 당시 새턴을 구입하게 만든 결정적 계기가 된 게임이었고, 20년이 넘는 게임 인생에서 가장 재미있게 즐긴 베스트 게임 중 하나입니다. 당시는 공략을 구하기도 힘들어 처음부터 끝까지 자력으로 클리어했는데 게임이 어렵다는 짜증보다는 어떻게 이런 게임을 구상할 수 있었을까라는 감탄이 절로 나오더군요. 플레이한 지 꽤 오래된 관계로 그냥 주인장이 느낀 점을 죽 적어 보겠습니다.

프로듀서는 칸노 히로유키(菅野ひろゆき). C'sware에서 이브 버스트 에러, 디자이어를 만든 다음, ELF와 손잡고 만든 첫 작품이 이 게임입니다. 원 제목은 이 세상 끝에서 사랑을 노래한 소녀, 유노(この世の果てで愛を唄う少女 YU-NO)이지만 그냥 줄여서 "유노"라고 하겠습니다. 이 사람의 작품 경향은 멀티 시나리오가 특징인데, 유노역시 하나의 엔딩을 향해 다양한 스토리가 엮여 진행됩니다. 이 때문에 게임 공략자가 가장 기피하는 게임 중 하나지요. (^^;)

PC-9801로 처음 등장했고, 유일하게 새턴용으로만 이식되었습니다. エルフclassics이라는 합본 게임에 복각판이 수록되어 있긴 하지만 이건 FC 전용 제품인 관계로 제외했습니다. 새턴으로 이식되면서 성적인 내용이나 장면은 왕창 삭제되었긴 하지만 이 게임은 성적 자극을 얻기 위해 즐기는 게임이 아니기 때문에 크게 문제되지는 않으리라 봅니다. (스토리가 생명)

새턴으로 이식될 때 오프닝과 중간 비주얼이 추가되기는 했지만 그 퀄리티가 워낙 한심하기 때문에 추가 요소라고 보긴 힘듭니다. (오히려 게임 이미지만 깍아먹었음) 삭제된 장면이나 수정된 장면이 있긴 하지만 스토리 진행에는 별 무리가 없습니다. 가장 멋진 추가 요소는 100% 성우 기용. 이 게임은 모든 등장 인물이 목소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일반 어드벤쳐 게임에서 주인공 또는 남자들은 목소리를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이 보통인데, 이 게임은 엑스트라라도 성우를 기용했습니다. 또한 대부분 일급 성우이고 뛰어난 목소리 연기를 보여 주었기 때문에 개인적으론 대만족이었습니다.

캐릭터 디자인이나 게임 화면은 좋습니다. 물론 게임기 성격상 저해상도가 되긴 했지만 16색인 원작에서 깔끔한 256색으로 멋지게 이식했으니까요. (색감도 훨씬 좋아졌습니다.) 폴리건이나 특수 효과를 사용할 필요가 없는 게임이니 새턴이란 게임기가 더 어울렸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암튼 그래픽에선 별 불만이 없습니다.

음악도 상당히 좋았습니다. 게임 음악에 신경을 많이 쓰는 ELF인지라 분위기에 잘 맞는 신비로운 곡들로 채워 놨더군요. 특히 프롤로그 BGM은 아직도 제가 흥얼거리는 음악 중 하나입니다. 어드벤쳐 게임에서 자칫 소흘히 할 수 있는게 게임 음악인데, 게임성에 걸맞는 좋은 음악들이었습니다. (동영상만 좋았더라도...)

게임의 스토리는 상당히 복잡합니다. 주인공은 평범한 고교생...은 아니고 "걸어다니는 리비도"라는 별명의 아리마 타쿠야. 어느날 행방불명된 아버지로부터 정체불명의 소포를 받으면서 게임이 시작됩니다. 그러면서 현세와 이세계를 넘나드는 모험(?)을 하게 되죠. 이 게임은 스토리가 게임 시스템 자체와 깊은 연관성을 가지는데 이 때문에 어드벤쳐 게임을 어느 정도 접해본 게이머라도 시스템을 익히는 데 상당히 고생을 합니다.

이 게임은 A.D.M.S라는 (뭐의 약자인지는 까먹었음 ^^;) 멀티 시나리오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는데 요약하면 시나리오 분기 임시 저장 시스템입니다. (더 어렵네요. ^^;) 게임을 시작하면 스타트 지점에서 각 캐릭터의 엔딩까지 수많은 분기가 있습니다. 이 중 한 분기를 선택해서 게임을 진행하면 선택하지 않은 분기도 나름대로 스토리가 진행되어 나중에 전혀 다른 결과로 가버립니다. 황당하죠? 그래서 임시로 각 분기마다 세이브를 해 놓고 어느 정도 진행한 다음 다시 그 세이브 포인트로 되돌아가 진행할 수 있도록 해 놓았습니다. 예를 들어 창고 열쇠가 없어 게임 진행이 되지 않을 때 이전 임시 세이브로 되돌아가 다른 루트에서 열쇠를 얻어 다시 진행한다는 방식입니다. 무척 독특하죠? 하지만 그만큼 어렵습니다. 처음 진행할 때 분기를 연습장에 일일이 그려가며 했었는데 현실 세계를 100% 클리어한 다음 그려놓은 루트를 보니 현기증이 나더군요. (ㅡㅡ;)

현실 세계를 모두 클리어하고 마지막 퍼즐을 풀면 (무척 어렵습니다.) 이세계편으로 넘어갑니다. 이세계편은 외길 시나리오로 구성되어 있고, 이 게임의 제목을 왜 그렇게 지어놓았는지가 밝혀집니다. 게임의 에필로그에 해당되는 부분으로 현세의 짜증남을 확 풀어줄 정도의 아름다운 스토리를 담고 있습니다. 엔딩을 보고 한동안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게 되더군요.

어드벤쳐 팬들께 절대 추천입니다. 현세 100% 달성이 문제이긴 하지만 인내심 가지고 죽 즐겨 보시길. 게임이 어떻게 사람을 감동시킬 수 있는지 알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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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세계의 끝에서 사랑을 노래한 소녀 유노- 2007/05/25 15:22 #

    뭐 일단 이쪽계열에대해 조금이라도 아는사람이라면 이름한번정도는 들어봤을 전설의 명작으로 칸노 히로유키라는 불세출의 작가를 세상에 알린 두 작품중 하나인 작품입니다.(다른 한쪽은 이브 베스트 에러)최근에 뒷구멍으로 겨우겨우 구하게 되었는데.난해한 시스템에다 더럽게 진행안되는 욕나오는 진행방식(...가뜩이나 좁아터진맵이라 갈곳도 별로없으면서 인간은 꼭만나봐야 시간이 흐르는 방식이라 -_-쓰브 차라리 동급생처럼 시간이 정해져있고 ......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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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프로듀서 칸노 히로유키(菅野ひろゆき)는 ELF에서 유노를 제작한 직후 독립해 아벨(ア-ベル)이라는 개발사를 설립합니다. 그리고는 EVE burst error 때부터 같이 작업했던 원화가 타지마 나오(田島直)와 함께 새로운 게임 개 ...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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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미스트제이드 2007/05/25 10:57 # 답글

    ...처음 잡을때 참 난해하죠;; 베스트10에 자리잡고있는 게임이긴 하지만... 지금 데이터 다날아가서 다시하자니 참(....) 제쪽 블로그에 올려놓은 리뷰(...라기보단누설)도 좀 다듬어 봐야겠군요.
    PS:시계에 있는 보옥을 얻는 암호. 혹시 아시면 제블로그에 비밀글로라도 좀 가르쳐주시기 바랍니다;; 그것때문에 막혔다가 때려맞춰서 했거든요;; 이왕이면 이게왜 암호의 답인지도;
  • ntyun 2007/05/25 11:40 # 삭제 답글

    미스트제이드 // 오프닝(...)을 보시면 코우다이 박사가 시계에 보옥을 숨기는 장면이 나오면서 답이 나옵니다. 꽤나 엽기적인 힌트입니다.(먼산)
    저는 공략을 보고도 플레이시간이 40시간이었죠. PC판으로 했는데 정말 괜찮은 게임이었습니다.
  • moastone 2007/05/25 16:48 # 답글

    미스트제이드// 기억이 가물가물하네요. 예전 자료 찾아서 답변 드리겠습니다~
  • 杜甫 2007/09/11 18:41 # 답글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최근에야 플레이를 했는데 과연 시대를 초월한 명작답더군요.
    스토리와 시스템은 뭐 두말할 것도 없고, 90년대 중반의 게임 분위기가 너무 그리우면서도 반갑더군요.
  • moastone 2007/09/12 10:38 # 답글

    杜甫// 덧글 감사합니다. 시대를 초월한 명작... 이 게임에 가장 적절한 표현같네요.
  • 比良坂初音 2008/07/23 05:13 # 답글

    저도 칸노라는 이름에 홀딱 넘어가서 무조건 구입해버린 게임입니다^
    지금은 새턴도 없는데 한정판과 일반판 모두를 가지고 있지요
    (속표지를 오리지널 일러로 번호 붙여서 넣다니 이런 사악한 넘들-_-;;;)
    그런데 이왕 이식한거 오프닝 영상을 잘 좀 만들어 줄것이지 그 끔찍한 퀼리티는 대체;;
    시나리오 적으로는 가장 반전이 쇼킹했던건 역시 칸나-;;;;
    이세계편을 하고서야 칸나의 정체를 깨닫고 어리버리 상태로 돌입;;;;
    그리고 아직도 아쉬운 점은 왜 미츠키는 해피엔딩 루트가 없었던걸까 하는 점이군요-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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