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F7과 비슷한 시기에 기획되어 일년 이상 늦게 발매된 스퀘어의 독특한 RPG입니다. 98년에 플레이했던 가장 인상적인 게임 중 하나였으며 과연 속편이 나올지 궁금한 정도로 방대한 세계관과 독특한 스토리라인을 가진 게임이었습니다. PS2로 넘어오면서 제작진이 momolithsoft라는 회사로 독립해 제노사가 시리즈를 내놓고 있긴 하지만 설정만 공유할 뿐 속편이라는 느낌이 전혀 안드는 SF 판타지를 만들어 놓는 바람에 실망하기도 했지요. 제노사가 시리즈는 나중에 감상을 올리겠지만 주인장이 생각하는 가장 안좋은 방향으로 시리즈를 이어 나가더군요. 오래전에 즐긴 게임이라 세부적인 평은 내리기 힘들지만 기억에 남는 몇가지 요소를 중심으로 글을 써보겠습니다.그래픽 게임 표현 방식은 FF7과 정 반대입니다. FF7이 랜더링한 2D 배경에 폴리건 캐릭터를 사용한 반면 제노기어스는 애니메이션 풍의 2D 캐릭터에 배경을 전부 3D로 표현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어마어마한 노가다였을 것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동영상 역시 FF7은 CG 무비를 사용한 반면 제노기어스는 셀 애니메이션을 사용했습니다. 제작자가 FF7은 동전의 한면이라면 제노기어스는 그 다른면이라고 언급했을 정도로 그래픽 표현 방식이 정 반대를 달리고 있습니다. 그래픽은 지금 봐도 상당한 수준이지만 확대/축소 시 하드웨어 한계상 도트가 많이 튑니다. 이것이 옥의 티로군요. 이것을 제외하고는 상당히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는 게임 그래픽입니다. 거대한 기어를 리얼타임 폴리건으로 잘 표현한 것도 인상적입니다.
게임은 외길 진행식 일본 RPG이지만 다른 게임과는 격을 달리할 정도로 설정이 치밀하고 스토리가 복잡합니다. 그에 따른 대사량도 엄청나고요. 게임 후반에서야 그 의미를 파악할 수 있는 오프닝, 복잡하게 얽힌 주인공과 히로인의 전생, 성인 취향의 인간 관계와 표현 기법들, 복잡한 세계관 설정과 난해한 진행 방식...게임 자체는 70시간 정도로 클리어 했지만 게임 스토리와 세계관은 설정서를 읽은 다음에야 제대로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론 PS RPG 중 가장 난해한 스토리를 가진 게임인 것 같군요. 스토리 매니아려면 꼭 즐겨 보십시오. 스토리 작가에 대한 막연한 존경심마저 생길 것입니다.

필드 화면과 기어의 전투 장면. 당시로서는 도트 노가다의 극한이었습니다.
게임 음악은 아주 좋습니다. 묘한 긴장감을 일으키는 오프닝 테마부터 잔잔한 엔딩 테마까지 어느 곡 하나 버릴 것이 없을 정도로 잘 다듬어진 곡들이었습니다. 특히 엔딩 동영상과 잘 어울리는 엔딩 보컬은 주인장이 최고로 꼽는 PS 엔딩 테마 중 하나입니다. 엔딩 보컬은 꼭 들어보시길...
인상적인 게임이긴 하지만 단점도 물론 존재합니다. 대사 스킵 기능이 없어 게임 진행에 별로 상관없는 대사도 모두 봐야하고 음성 지원이 되지 않는 것이 큰 단점입니다. 이 게임은 스토리도 난해하지만 드라마틱한 이벤트도 많습니다. 이럴때 음성 지원이 되지 않으니 감정 이입이 잘 되지 않습니다. 에리의 어미니가 죽는 장면같은 경우 울부짖는 에리의 모습을 대사 한줄로 처리해 버리니 정말 맥이 빠지더군요. 동영상에선 모두 음성 처리를 하더니 정작 본 게임에선 벙어리들이 되버리는 것도 이해하기 힘들었습니다. 물론 대사량이 너무 많아 모두 음성 처리하기는 힘들었겠지만 적어도 그란디아처럼 중요 이벤트만 음성처리 해도 감정 이입에 상당한 도움이 됐을 텐데 말입니다. 이점은 참 불만입니다.
몇몇 불만이 있긴 하지만 결론은 추천입니다. 스토리 좋아하시는 분은 꼭 즐겨보시길.


덧글
같습니다. 대사 다 읽고 캐릭터 이동시켜야 할 상황에서 어디로 가고 있는지 까먹을
정도였으니... ^^;
어쨌든 지금까지 엔딩도 3번 이상 봤을 정도로 제가 정말 좋아하는 작품 중 하나입니다. disc2 부분은 좀 대충 만든 듯한 흔적이 보여서 좀 아쉽기도 하지만, 그래도 시나리오만큼은 사상 최고였습니다. PS2로 나온 제노사가 시리즈는 전작의 명성에 오히려 먹칠만 해서 상당히 아쉽더군요..
제노기어스는 원래 FF7의 기획안 중 하나였습니다. 당시 스퀘어에서는 차세대기인 PS로 플랫폼을 옮기면서 파이널판타지의 다음 작품을 어떤 식으로 만들지 무척 고민을 했습니다. 즉, 2D배경에 3D캐릭터냐, 아니면 3D배경에 2D캐릭터냐 하고 말이지요. 게다가 완전히 세계관을 바꾼 작품이냐, 아니면 FF6에서의 마도아머를 개선한 세계관을 이어나갈 것이냐 하는 문제도 있었지요. 결국 FF7은 전자를 채택했고, 제노기어스는 후자를 선택하게 됩니다.
제노기어스와 FF7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을 스퀘어에서는 FF7에서 클라우드가 뇌사상태에 놓였을 때 하는 대사, 즉 "얽매인 천사의 노랫소리... 제노기어스"란 대사를 통해 간접적으로 언급하기도 하였습니다. 또한 그 당시 제노기어스의 광고문에 "또 하나의 FF"란 문구를 집어넣기도 하였지요.
한편, 항간에는 제노기어스가 에반게리온을 패러디했다는 속설이 나돌기도 했는데 이에 대해서는 제 블로그에 올려놓은 글이 있으니 그걸 참고하시길...
나올 환수 이름인가?"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지요. 자세한 부연 설명 감사드립니다. 모모히메님의
글은 꼭 읽어볼께요.
솔찍히 게임면에선 에반게리온은 발끝도 못 따라갈 높은 완성도 입니다 ... 비교 할만한 퀄리틴 아
닌듯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