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표지 어워드 by 조나단님
조나단님이 지금 최악의 (소설) 표지 어워드 후보를 모집하고 있습니다. 덧글에 달린 응모작들 보면서 내내 배꼽 잡았는데 주인장도 기억나는 책 한 권이 있어 트랙백합니다. 해당 포스트에 덧글로 달아놓긴 했지만 주인장에겐 의미있는 책이라 여기서도 한 번 소개하겠습니다.
벌써 10년이 훨씬 넘었네요. 제대한지 얼마 되지 않은 1995년 초, 같은 동호회에서 활동하면 모님이 책 번역을 제안했습니다. 복학 전이라 시간도 있고 해서 흔쾌히 수락했는데 막상 출판사에 가보니 해킹 관련 서적이었습니다. 해킹 지식이 전무했던 터라 지례 겁을 먹고 작업을 망설였는데 제안한 모님과 작업을 분담하기로 했고 내용을 보니 해킹 기법을 설명하는 전문 서적도 아닌 것 같아 번역을 시작했지요. 4월경에 시작해서 3개월 동안 죽을 고생을 한 후 8월 20일에 드디어 제 이름이 인쇄된 첫 번째 번역서가 나왔습니다. 제목은 '수퍼 해커의 해킹 비밀' 원제가 'SECRETS OF A SUPER HACKER'니 아주 틀린 제목은 아닌데 막상 번역된 책을 보니 제목이 많이(...) 촌스럽더군요. 아래 표지를 보면 제 말이 더 실감나실 겁니다.

책 소개를 잠깐 하지요. 이 책은 해킹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이렇게 하면 어디를 뚫을 수 있다는 기법을 소개한 기술서는 아닙니다. 오히려 KNIGHTMARE라는 해커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해킹에 관한 전반적인 이야기를 수필처럼 자유롭게 기술한 교양(?) 서적에 가깝지요. 일부 해킹 기법을 설명하고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내용이 해커의 인간적인 면모와 해킹 역사(주로 야사), 일반인이 잘 모르는 해킹의 여러가지 모습을 소개하고 있기 때문에 관련 지식이 없어도 내용을 이해하는데 별 무리가 없습니다. 전문 기술서가 아니라 제반 지식이 없어도 작업할 수 있을 것 같아 번역을 시작했는데 막상 다른 문제 때문에 상당히 고생을 했습니다. 뭐냐고요? 미국 문화, 특히 대중 문화에 대한 지식이 문제였습니다.
저자가 해킹의 여러 모습을 일반 독자들에게 설명할 때 자주 인용한 것이 미국의 60년대 TV 드라마 시리즈나 당시 유행했던 쇼 프로, 가쉽 기사들이었습니다. 70년대 출생자에다 한국을 떠나본 적도 없는 주인장이 그런걸 알리가 없죠. 다행히 공동 역자인 모님이 그쪽 문화에 밝은지라 많은 도움을 받았지만 번역 내내 뜬구름 잡는 기분이었습니다. 언어 실력 이외에도 번역 대상에 대한 다양한 지식을 알고 있어야 좋은 번역이 나온다는 사실을 느꼈던 작업이었습니다.
해킹 기법으로 가득한 책이었다면 꽤 많이 팔렸을 것 같은데 해킹에 관한 교양 서적에 가까운지라 국내에선 별 인기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초판 이후 서점 구석에서 가끔 보일 정도였고 지금은 출판사도 망해 얼마나 팔렸는지 확인조차 못하겠더군요. 가끔 해킹 관련 블로그를 검색하다보면 이 책 소개가 있던데 볼 때마다 14년전 작업실 한켠에서 밤새가면서 번역하던 기억이 아련하네요. 어쩜 지금 제 직업의 토대가 된 책인것 같아 더 애착이 갑니다.
조나단님이 지금 최악의 (소설) 표지 어워드 후보를 모집하고 있습니다. 덧글에 달린 응모작들 보면서 내내 배꼽 잡았는데 주인장도 기억나는 책 한 권이 있어 트랙백합니다. 해당 포스트에 덧글로 달아놓긴 했지만 주인장에겐 의미있는 책이라 여기서도 한 번 소개하겠습니다.
벌써 10년이 훨씬 넘었네요. 제대한지 얼마 되지 않은 1995년 초, 같은 동호회에서 활동하면 모님이 책 번역을 제안했습니다. 복학 전이라 시간도 있고 해서 흔쾌히 수락했는데 막상 출판사에 가보니 해킹 관련 서적이었습니다. 해킹 지식이 전무했던 터라 지례 겁을 먹고 작업을 망설였는데 제안한 모님과 작업을 분담하기로 했고 내용을 보니 해킹 기법을 설명하는 전문 서적도 아닌 것 같아 번역을 시작했지요. 4월경에 시작해서 3개월 동안 죽을 고생을 한 후 8월 20일에 드디어 제 이름이 인쇄된 첫 번째 번역서가 나왔습니다. 제목은 '수퍼 해커의 해킹 비밀' 원제가 'SECRETS OF A SUPER HACKER'니 아주 틀린 제목은 아닌데 막상 번역된 책을 보니 제목이 많이(...) 촌스럽더군요. 아래 표지를 보면 제 말이 더 실감나실 겁니다.

원서와 번역서 표지. 아무리 90년대 센스라지만 번역판 표지는 정말 너무했어요.
책 소개를 잠깐 하지요. 이 책은 해킹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이렇게 하면 어디를 뚫을 수 있다는 기법을 소개한 기술서는 아닙니다. 오히려 KNIGHTMARE라는 해커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해킹에 관한 전반적인 이야기를 수필처럼 자유롭게 기술한 교양(?) 서적에 가깝지요. 일부 해킹 기법을 설명하고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내용이 해커의 인간적인 면모와 해킹 역사(주로 야사), 일반인이 잘 모르는 해킹의 여러가지 모습을 소개하고 있기 때문에 관련 지식이 없어도 내용을 이해하는데 별 무리가 없습니다. 전문 기술서가 아니라 제반 지식이 없어도 작업할 수 있을 것 같아 번역을 시작했는데 막상 다른 문제 때문에 상당히 고생을 했습니다. 뭐냐고요? 미국 문화, 특히 대중 문화에 대한 지식이 문제였습니다.
저자가 해킹의 여러 모습을 일반 독자들에게 설명할 때 자주 인용한 것이 미국의 60년대 TV 드라마 시리즈나 당시 유행했던 쇼 프로, 가쉽 기사들이었습니다. 70년대 출생자에다 한국을 떠나본 적도 없는 주인장이 그런걸 알리가 없죠. 다행히 공동 역자인 모님이 그쪽 문화에 밝은지라 많은 도움을 받았지만 번역 내내 뜬구름 잡는 기분이었습니다. 언어 실력 이외에도 번역 대상에 대한 다양한 지식을 알고 있어야 좋은 번역이 나온다는 사실을 느꼈던 작업이었습니다.
해킹 기법으로 가득한 책이었다면 꽤 많이 팔렸을 것 같은데 해킹에 관한 교양 서적에 가까운지라 국내에선 별 인기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초판 이후 서점 구석에서 가끔 보일 정도였고 지금은 출판사도 망해 얼마나 팔렸는지 확인조차 못하겠더군요. 가끔 해킹 관련 블로그를 검색하다보면 이 책 소개가 있던데 볼 때마다 14년전 작업실 한켠에서 밤새가면서 번역하던 기억이 아련하네요. 어쩜 지금 제 직업의 토대가 된 책인것 같아 더 애착이 갑니다.





덧글
저도 그림소스만 가져다 만들 수 있을 듯한 레이아웃이라니;;;
이해도 잘 안되고 단어의 의미가 뭔지도 모르겠으니;;;
그나저나 번역판 표지를 보니 예전 만화책들 해적판이 떠오르네요...ㅠ
저 책 아직 가지고 있습니다;;; 반갑습니다
저한테 참 잘해주셨는데 이 소식 들으면 기뻐하시겠네요. 표지 구리다 말한 역자는 한
소리 듣겠지만요. 하하~
사실 제목이나 표지나 뭐 그런게 좀 부실한 것만 제외하면 내용 자체는 사실 비급에 속하는 책이었습니다. -_-;
수퍼 해커의 해킹비밀(수퍼 해커의 해킹秘密) [冊] : 나이트메어의 저서를 예천 출신인 김석태(金錫泰, 1956- , 釜慶大 敎授)가 옮긴 책으로, 454쪽, B5, 연암출판사에서 1995년 8월 1일에 발행하였다.
(...)
예천군 홈페이지에 당장 가봐야겠네요. 같이 번역하신 김석태님 지금
IT 회사에서 열심히 근무하는 샐러리맨인데... ㅡㅡ;